오늘의 겨자씨2012. 12. 23. 07:00

겨울은 서로를 더 가깝게 합니다 ~~

건너편 숲은 겨울바람에 나뭇잎을 다 떨구고 지금까지

속에 품고 있던 바위까지 다 보여줍니다.

지난 여름과 가을 무수한 나뭇잎으로 보이지 않던 숲의 속살이 겨울로 마주 다가옵니다.

 회색 하늘에 시린손을 비비며 손바닥만한 햇볕이라도 함께 쬐자며 다가와 앉습니다.

겨울이 되면 숲은 더 가깝게 무릎을 마주합니다.

 

 

 늘 파란 하늘도 겨울이 되면 낮게 내려와 회색목도리 처럼 숲을 감싸 안습니다.

 기도하면 가끔 구경하러 오는 까마귀도

 하늘이 회색으로 낮게 내려온 겨울이면 더가까이 다가와

 마른가지에 목을 괴고 내려다봅니다.

 

 겨울숲의 기도는 이렇게 하늘을 올려다 볼 일을 많게 합니다.

겨울은 건너편 숲으로 걸어길 수 있도록 계곡에 얼음다리까지 놓아줍니다.

 겨울은 가려졌던 것들을 다 털어버리고 앙상한 본래의 모습으로

서로 인정하도록 바람으로 먼저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겨울숲은 아무것도 가릴 수 없는 영혼이 더 아름답고 행복한가 봅니다.

인생에도 겨울이 옵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가릴것이 많은 데서 오지만 영혼의 아름다움은 회색빛

하늘아래 가릴것이 없을때 겨울바람 앞에 당당해집니다.

 

그래서 하늘은 인생에 겨울이 오기전에 자랑할 것들을 내려놓게 합니다.

 겨울햇살이 걸린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주름진 손이 아름다운것은

더 많은 것을 내려놓고 하늘과 더욱 가깝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일보겨자씨>

Posted by 토기장이